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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시즈음, 삐그덕하고 일어나 머리를 주섬거리고 보니 아, 많이 잤다-싶었다. 창밖은 밝지만, 화장실을 들어가 창문너머를 보니 우중충한 회색구름이 가득했다. 길 너머에서 찡찡 거리는 자동차 경보소리가 울려오고 있었고, 뒷골목에선 아이가 엄마에게 떼를 부리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엔 더운 습기가 없이 완연히 가을이라는 듯 서늘한 공기가 가득해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고 말았다. 따뜻한 물을 한가득 맞으면서 가만히 서있었다. 투둑투둑 떨어지는 물소리는 언제나 기분을 좋게 한다. 노란 칫솔에 초록색 치약을 묻히고, 입안으로 가져가 민트향에 즐거워 가만히 물고 있었다. 머스크향 물기를 닦아내고 오랜만에 바디로션을 바르고 나니, 나른한 기분에 그대로 다시 침대위에 드러눕고 말았다. 

  하얀 벽에 뿌연 빛이 스며들어있었다. 손가락으로 벽을 잠시 훑어 만져보다가 이내 거두어낸다. 어쩐지 오늘따라 혼자 있는 것이 낯설기만 하다. 그다지 욕심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타인의 취향이란 것은 언제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다. 당연히 혹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역시 슬프기만 했다. 묽은 벽지를 그렇게 한참이나 바라보다 구겨진 몸을 피고 일어나앉는다. 종종 끊어지고야 마는 생각과,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또다시 낮이 지나간다.





 
by PIAAA | 2008/08/19 04:18 | l'histoire de qq | 트랙백 | 덧글(1)